예전 포스팅에서도 첨부한 바 있지만, 너무 좋은 글이기에 한 번 더 가져온 '[수렴과 발산]' 앨범 소개 글. 언제 읽어도 참 완벽하다.온전히 한국어로만, 그것도 어렵지 않은 담백한 문장들만을 구사하는데도, 가사에 담긴 깊이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놀라운 재능이 아닐 수가 없어요. 그리고, 그러한 빼어난 가사들은 결국 앞서 언급한 '앨범 소개 글'과 같은 탁월한 문장력에서 비롯된 것이라 자연스레 믿게 되고요. 여기에 1980~90년대의 오랜 한국 가요의 정서를 고스란히 차용한 듯한 쉬운 멜로디가 더해지며, 곡의 목적성과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또 다른 내일의 물결떠나는 사람들은 항상끝까지 내가 지킬 거라고고독은 혼자 있는 것이고 스스로 궁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고독은 때로 즐거움을 주지만 때로는 외로움을 줍니다. 세상에는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문제도 많습니다. 연대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연대는, 고독이 풀지 못하는 어려운 문제들을 종종 손쉽게 해결해 주곤 합니다.엘리스의 섬 - 9와 숫자들 (가사)- 선정위원 정진영이는, 한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가 무한히 '발산'하여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으며,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회적 문제 또한 한없이 '수렴'하여 결국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사와 보편적인 멜로디를 택한 것은, 아무래도 그것이 가장 큰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대 곁을돌아본 미소의 의미를 알고 있어함께 밝혀보자던'곧 깊은 어딘가로 사라져버릴' 투발루를 버리고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 이는, 이별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떠나는 사람들이 '이별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며, 함께 한 시간들도 머지않아 잊히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들을 던지곤 하는 것처럼 말이죠.타이틀곡 "엘리스의 섬"은 먼 옛날 엘리스 제도(Ellice Islands)라 불리던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Tuvalu)의 사연에서 시작된 노래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 일부가 잠기기 시작했고, 늦어도 100년 안에는 국토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투발루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것이 우리 모두의 운명과 다름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뉴질랜드와 같은 주변국으로 이주하고 있는 투발루인들에게 우리는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고독한 투발루인들이자, 엘리스의 섬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연대해야 합니다.꼭 끌어 안지 않으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아2017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노래 수상 - 엘리스의 섬깊은 어딘가로 사라진다는선정위원 임희윤예쁘장한 선율과 시어는 이제 더 이상 잘 만들어진 한국 모던 록에서 특별한 자랑거리가 아니다. ‘엘리스의 섬 (Song for Tuvalu)’은 더 높은 곳, 완전무결을 겨눈다. 악기들을 향해 때리고 미끄러뜨리는 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 음표와 음표, 말과 말이 퍼즐처럼 서로를 꽉 잡아 닫았다. 적당한 템포로 긴장을 불허하며 꽉 짜여 설계된 곡선도로. 한눈팔거나 발을 뺄 짬이 3분 50초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낭비와 과잉이 쫓겨난 순백의 고원. 한국 모던 록의 만점 기준은 더 높아졌다.'엘리스의 섬' 곡 소개함께 밝혀보자던 나의 그대여꽉 잡은 손을 놓치면 영영 어둠 속에 잠길 것 같아'9와 숫자들'의 새 앨범 [수렴과 발산]의 영문 부제는 'Solitude and Solidarity'입니다. 이를 다시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독과 연대連帶’가 됩니다.떠나는 사람들은 항상사랑했던 추억 가득한 이곳을믿을 수 없는 거짓말을 해우리가 아는 모든 게 곧고독이 숙명이라면 수렴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이자 그 안에서의 노력입니다. 어느 순간 목격하게 된 타인의 고독에 마음이 움직이고, 각자의 고독안에 머물러있던 수렴이 타인의 고독으로 방향을 틀 때,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연대를 통해, 우리와 우리가 속한 세상은 끝 모르는 발산을 이어갈 힘을 얻습니다.'땅이 좁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