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캠핑장서 똠얌 라면 한
(33) 캠핑장서 똠얌 라면 한 그릇| 정연주어린 시절 라면을 끓일 때면 계량컵을 꺼냈다. 그게 라면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를 대하는 내 나름의 자세였다. 왜 맛있지? 내가 뭘 했지? 어떻게 물만 끓이면 5분 만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이 되지?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보고 라면도 못 끓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라면을 못 끓이지? 어쩌면 한 치의 어긋남이라도 있으면 망하는 것일지도 몰라. 나중에 알고 보니 망하지 않으려면 정확히 내가 한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시키는 대로 끓이기.하지만 뭐든지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라면 회사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당시 내 마음은 라면에 대한 경이를 넘어 두려움에 가까웠다. 난 이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이제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끓여야 하는 라면이 두 개를 넘어가면 혼란에 빠진다. 그 해결책은 봉지에 적혀 있지 않으니까.두 개를 끓이면 물은 두 배? 그런데 그렇게 끓이면 라면이 한강물이 된다던데. 엠티를 갔더니 끓여야 하는 라면이 열 개였다. 이건 드럼통에 끓여야 하는 건가? 이렇게 물이 많은 것이 맞아? 줄여야 한다면 얼마나? 혼돈과 혼란. 누구 라면 끓일 줄 아는 사람이 끓여봐. 그리고 한강물에 퉁퉁 불은 라면 면발을 나눠 먹으며 이게 잘된 건지 아닌 건지도 헷갈렸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이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보다도 캠핑을 시작한 것 덕분이다. 라면을 끓이는 데 있어서 계량컵보다 민망한 이야기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냄비는 정해져 있는데 그걸 사용해야 물양이 가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는데 집을 통째로 가져갈 수는 없으니 코펠과 구이바다(캠핑용 브루스타)를 이용해 라면을 서너 개씩 끓여야 했는데, 이게 내 ‘라면공포증’을 직격으로 마주하며 해결하게 했다.상큼한 레몬그라스라임으로 신맛 더해얼얼한 쥐똥고추와새우도 챙겨 넣으면나의 라면 실험 완성이게 맞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로 물과 라면 수프를 끓이며 고민하는데, 갑자기 해결책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맛을 보면 되잖아. 짜면 물을 더 넣고, 싱거우면 면을 넣기 전에 더 끓이던가 소금이나 된장을 풀어. ‘당연하잖아, 바보인가?’ 싶겠지만 전문가(라면 회사)에게 너무 의존하다 보니 이걸 깨닫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난 이제 자유야! 라면에 대파와 달걀보다 많은 것을 넣을 수 있어! 완벽하게 끓여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나니 라면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33) 캠핑장서 똠얌 라면 한 그릇| 정연주어린 시절 라면을 끓일 때면 계량컵을 꺼냈다. 그게 라면이라는 경이로운 세계를 대하는 내 나름의 자세였다. 왜 맛있지? 내가 뭘 했지? 어떻게 물만 끓이면 5분 만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이 되지? 요리를 못하는 사람을 보고 라면도 못 끓인다고 하는데, 어떻게 라면을 못 끓이지? 어쩌면 한 치의 어긋남이라도 있으면 망하는 것일지도 몰라. 나중에 알고 보니 망하지 않으려면 정확히 내가 한 것처럼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시키는 대로 끓이기.하지만 뭐든지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라면 회사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당시 내 마음은 라면에 대한 경이를 넘어 두려움에 가까웠다. 난 이 과정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이제 이렇게 되면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가? 끓여야 하는 라면이 두 개를 넘어가면 혼란에 빠진다. 그 해결책은 봉지에 적혀 있지 않으니까.두 개를 끓이면 물은 두 배? 그런데 그렇게 끓이면 라면이 한강물이 된다던데. 엠티를 갔더니 끓여야 하는 라면이 열 개였다. 이건 드럼통에 끓여야 하는 건가? 이렇게 물이 많은 것이 맞아? 줄여야 한다면 얼마나? 혼돈과 혼란. 누구 라면 끓일 줄 아는 사람이 끓여봐. 그리고 한강물에 퉁퉁 불은 라면 면발을 나눠 먹으며 이게 잘된 건지 아닌 건지도 헷갈렸던 이십대 초반의 기억이 스치고 지나간다.이 두려움이 사라진 것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보다도 캠핑을 시작한 것 덕분이다. 라면을 끓이는 데 있어서 계량컵보다 민망한 이야기는, 집에서 라면을 끓이는 냄비는 정해져 있는데 그걸 사용해야 물양이 가늠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는데 집을 통째로 가져갈 수는 없으니 코펠과 구이바다(캠핑용 브루스타)를 이용해 라면을 서너 개씩 끓여야 했는데, 이게 내 ‘라면공포증’을 직격으로 마주하며 해결하게 했다.상큼한 레몬그라스라임으로 신맛 더해얼얼한 쥐똥고추와새우도 챙겨 넣으면나의 라면 실험 완성이게 맞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태로 물과 라면 수프를 끓이며 고민하는데, 갑자기 해결책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맛을 보면 되잖아. 짜면 물을 더 넣고, 싱거우면 면을 넣기 전에 더 끓이던가 소금이나 된장을 풀어. ‘당연하잖아, 바보인가?’ 싶겠지만 전문가(라면 회사)에게 너무 의존하다 보니 이걸 깨닫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난 이제 자유야! 라면에 대파와 달걀보다 많은 것을 넣을 수 있어! 완벽하게 끓여야 한다는 집착에서 벗어
(33) 캠핑장서 똠얌 라면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