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진심들이 있습니다. 더러는 후회로 남고 더러는 미련을 떨치지 못해서 자꾸 뒤돌아보게 하지요. 봄날이 화사할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갑니다. 당신의 4월 이야기는 누구와 함께인가요? 그이에게 건네는 당신의 말은 연애편지인가요, 낙서인가요? 오늘은 봄날의 마음을 먼 남쪽 땅 제주로 유배 보냅니다. 가로로 긴 박공지붕의 제주추사관은 화려하지 않고 단아해 대정마을과도 잘 조화를 이룬다. ‘폭싹 속았수다’ 보고 계신가요? 딸 금명(아이유)이 엄마 애순(문소리)과 전화하는 장면에서 눈물, 콧물 다 쏟고 말았어요.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말입니다. 드라마의 제목으로 쓴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는 백 번, 천 번 고마워해야 할 이의 가슴은 낙서장처럼 쓰고, 어쩌다 한 번인 타인의 친절에는 연애편지처럼 관대하게 답하지요. 그럼에도 정제되지 않는 말들은 가까운 사이라 가능한 투정이겠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잃어버린 얼굴들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서걱거렸습니다. 그리고 제주의 봄이 그리워졌습니다. 추사관 야외에 있는 추사 김정희의 동상. ●‘금명’처럼 사랑하는이에게 푸념하듯저는 지금 제주 남서쪽 대정읍을 향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살던 동네에 가려 합니다. 대정에는 그가 유배 시절 가장 오랜 시간 머문 집이 있고,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기념관이 있습니다. 유배가 무에 기념할 일일까 싶지만 추사의 일생을 두고 보면 제주 시절은 스스로 낮아지고 가벼워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유배지에서 많은 편지를 썼습니다. 아내에게, 가족과 지인에게 고단함을 토로하곤 했지요. 저는 그가 글씨를 잘 쓴 사람이 아니라 편지를 자주 쓴 사람이어서 좋습니다. 편지 속에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푸념하듯 뱉은 글들은 조선 최고의 명필 이전에 나 같고, ‘금명’ 같은 사람이었을 거라 믿게 합니다.“… 팔도의 다 있는 것이 여기 없으니… 북어 명태란 말을 듣지도 못 헌법재판소가 4일 전원일치로 대통령(윤석열) 파면 결정을 내린 직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향후 정국 초점은 혼란상을 수습하고 미래상을 제시할 제21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과정으로 모아지게 됐다. 조기 대선은 오는 6월3일쯤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주자들은 압축적 일정 속에 민주주의와 민생을 회복할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 파면과 함께 이날 대선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바로 조기 대선 국면에 돌입했다.헌정 사상 두 번째인 이번 조기 대선은 윤 전 대통령 파면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오는 6월3일(화요일)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궐위로 인한 선거는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한 만큼 선거일이 최대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다른 선거들은 수요일에 치르도록 법에 규정돼 있으나, 대통령 궐위에 따른 선거는 요일에 관한 규정이 없다.6월3일로 선거일이 확정되면 법에 따라 대선 후보 등록 기간은 5월10일~11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5월12일부터 6월2일까지 22일 간이다. 재외투표 기간은 5월20일~25일, 사전투표 기간은 5월29일~30일이 된다.이같은 일정은 조기 대선 관리를 맡게 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선거일을 공고해야 공식 확정된다. 한 권한대행은 법에 따라 늦어도 선거일 50일 전인 오는 14일까지 선거일을 공고해야 한다.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이번 조기 대선은 여야가 없는 원내 7당 체제에서 치러진다. 각 정당은 한 권한대행의 선거일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당내 경선을 준비하는 내부 절차에 속도를 붙일 예정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당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경선 규칙 논의에도 돌입해야 한다. 선거인단 모집도 당면 과제다.이재명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그에 따른 체제 전환이 급선무가 됐다. 이 대표는 경선 불공정 논란을 줄이기 위해 신속히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경선을 관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반면 국민의힘은 파면 정국을 수습하면서 당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 체제를 두고 내부 논쟁이 벌어질 가